
“길고양이 살처분”이 이렇게 뜨거운 검색어가 된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얼마 전 마라도에서 촬영된 영상 한 편 때문인데요.
천연기념물인 뿔쇠오리를 사냥하는 길고양이의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이 퍼지면서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국회 청원과 감사청구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지상파 뉴스까지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온라인 여론은 순식간에 두 편으로 갈라졌어요.
“길고양이 살처분밖에 답이 없다”는 쪽과 “그건 명백한 학대”라는 쪽.
저도 처음엔 그냥 며칠이면 사그라들 논쟁인 줄 알았는데,
관련 자료를 하나씩 찾아보다가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정말 길고양이 살처분이 이 문제의 답이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 세계 어디에도 그 답이 “예”라고 증명한 도시는 없었습니다.
이 작은 영상 하나가 국회까지?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야생 조류를 촬영하던 한 유튜버(Korean Birder)가 마라도에서 길고양이가 뿔쇠오리를 사냥하는 장면을 올렸고, “길고양이가 너무 많아졌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죠.
이 영상 하나가 국민청원과 감사청구라는 실제 움직임으로 번지고, 지상파 뉴스에까지 등장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섬에서 벌어진 일 하나가 순식간에 “그러니까 도시의 길고양이도 다 없애야 한다”는 논리로 확장돼 버린 거예요. 이게 정말 같은 문제일까요? 자세히 짚어볼게요.
고양이 살처분, 입장은 세 갈래로 갈립니다
온라인을 보면 그냥 “찬성 vs 반대” 두 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이 다른 세 가지 목소리가 섞여 있습니다.
1. Korean Birder
첫 번째는 이슈의 유튜버, Korean Birder 측 입장입니다.
감정이 아니라 생태 문제로 봐야 한다는 거죠.
길고양이가 멸종위기종 조류나 하늘다람쥐 같은 보호종을 해치고 있고,
고양이의 번식력이 워낙 강해서 지금 방식으로는 개체수 조절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TNR(포획-중성화-방사)도 개체수 감소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약한 정책이라고 보고요.
그러니 먹이주기를 멈추고 TNR과 입양을 병행하는 게 그나마 인도적이라는 겁니다.

- 생태계 보호를 위한 현실적 대안
: 고양이가 멸종위기종 등 야생동물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므로, 생태계 균형을 위해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는 실질적인 포획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6:08-6:19). - 공공 정책의 전환 요구
: 현재 시행 중인 중성화(TNR) 중심의 정책은 실효성이 없으며, 외출 금지법 도입, 보호구역 내 고양이 포획 및 퇴치 등 보다 단호하고 구체적인 정부 차원의 결단을 촉구(10:55-11:11, 27:39-27:58). - 책임감 있는 관리
: 동물을 혐오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생태계에 유입된 고양이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여 야생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7:55-8:05, 27:45-27:58).
2. 동물보호단체
두 번째는 동물보호단체 쪽입니다.
길고양이 돌봄을 인간의 책임으로 보는 입장이죠.
공존이 답이고, 멸종위기종이 사라지는 진짜 원인은 고양이가 아니라 도시화와 서식지 파괴 같은 인간 활동이라는 겁니다.
TNR은 사냥에 나서는 고양이 수 자체를 줄이는 최소한의 장치이니, 먹이주기를 끊고 살처분으로 가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3. 커뮤니티
세 번째는 좀 결이 다릅니다.
커뮤니티 일부에서 나오는 “길고양이를 유해조수로 지정해라”, “살처분해야 한다” 같은 반응인데요.
생태계 보호라는 논리를 빌리긴 하지만, 실제로는 개체수 관리보다 혐오와 제거 자체에 방점이 찍혀 있고,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이 깔려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런 온라인 논쟁을 볼 때마다 좀 씁쓸해요.
결국 진영 싸움으로 흘러가면서, 정작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실제로 효과가 있는데?”라는 질문은 뒷전으로 밀려나거든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 논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네 가지 질문으로 정리됩니다.
- 고립된 섬의 생태 문제와, 열려 있는 도시의 생태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봐도 되는가
- TNR은 정말 효과가 있는가, 없는가
-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이 개체수를 늘리는 원인인가, 아니면 관리 수단인가
- 그래서 가장 예민한 질문, 도심 살처분이 실제로 개체수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가
하나씩 짚어볼게요.
1. 마라도와 서울, 진짜 같은 문제일까?
마라도나 홍도 같은 섬 문제는 실제로 심각합니다. 이건 부정할 수가 없어요.
원래 포식자가 없던 고립된 섬에 고양이가 들어가면, 그 섬 고유종에게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천적이 없으니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건 당연한 결과고, 이런 곳은 감정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그 섬 생태를 지키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입니다. 고유종을 지키는 문제와, 도시의 길고양이 개체수를 관리하는 문제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에요. 마라도나 홍도처럼 고립된 곳에서 벌어진 일이, 곧바로 서울 같은 도심 골목 고양이를 살처분할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생태 조건도, 먹이사슬도, 가능한 대안도 완전히 다르니까요. 저는 이번 논쟁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생각해요. 섬과 도시를 같은 잣대로 재는 순간, 논의 자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거든요.

2. ‘TNR 효과 없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TNR 무용론이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근거가 있죠. “해봤는데 개체수가 안 줄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 지역 고양이의 70% 이상을 꾸준히 중성화하면, 실제로 개체수가 줄기 시작한다는 게 정설입니다. 문제는 국내 실제 중성화율이 이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거예요. 여기에 유기되는 고양이나 도시 주변에서 새로 유입되는 고양이까지 계속 추가되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셈이죠.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TNR이 효과가 없다”가 아니라 “TNR의 밀도가 부족했고, 유기 관리가 안 됐다”가 맞는 진단입니다. 그리고 현재로선 TNR을 대체할 뾰족한 대안도 없고요.

3. 길고양이 급식소, 없애야 할까요?
이 주제만 나오면 동네마다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죠.
“밥 주니까 고양이가 늘어난다”는 쪽과 “그래도 굶기면 안 된다”는 쪽.
저도 이 대목이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는데요, 통제 안 되는 무분별한 먹이주기가 번식을 늘리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관리되는 급식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고양이를 한곳에 모아주기 때문에 중성화 포획이 오히려 쉬워지고, 다른 지역으로의 유입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는 거죠.
급식소를 무작정 폐쇄하면 고양이들이 흩어지면서 중성화는 더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핵심은 “밥을 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통제되고 관리된 급식이냐 아니냐”인 셈이에요.

4. 진짜 반전, 살처분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자, 이제 가장 뜨거운 질문입니다. TNR이 성에 안 찬다면, 살처분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열린 도시 생태계에서 살처분으로 고양이 수를 지속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도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고 합니다. 저도 이 부분을 보면서 꽤 놀랐어요. 그냥 개체수를 줄이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 살처분 아닌가 막연히 생각했었거든요.
몇 가지 사례가 소개돼 있는데요. 호주는 오랫동안 도시 길고양이를 포획해 안락사시키는 방식을 유지했지만, 현재 학계 평가는 “개체수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었다”는 쪽이라고 합니다. 브리즈번시의 실제 살처분 관행도 중장기적으로 고양이 수를 전혀 줄이지 못했고, 근거 기반 정책도 아니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하고요.
열린 도시에서 살처분만으로 개체수를 실제로 낮추려면, 최소 10년 동안 해마다 그 지역 전체 고양이의 50%를 계속 포획해서 없애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까지 있다고 하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숫자죠.
싱가포르는 수년간 도심 살처분을 강행했지만 결국 개체수 문제를 풀지 못해 TNR로 정책 방향을 바꿨고, 베이징은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50만 마리에 가까운 고양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정화 작업을 벌였는데 4년 만에 주변에서 고양이가 다시 유입되면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살처분이 실제로 통했다는 사례는 딱 한 종류였어요. 호주 매쿼리섬처럼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고립 생태계입니다. 유입이 원천 차단되니 고양이를 없앤 뒤 다시 채워지는 “진공 효과”가 안 생기는 거죠. 결국 여기서도 핵심은 섬이냐 도시냐였던 셈입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일을 실제로 수행하는 사람들, 즉 포획·안락사에 직접 관여하는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정신적 외상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보고도 있다고 해요. 수천, 수만 마리를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살처분해야 한다면, 그 일을 감당할 사람도, 그걸 지켜봐야 할 우리 사회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새를 지키려다 새가 더 위험해지는 역설, 들어보셨나요?
여기서 반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도시에서 고양이를 없애면 쥐 같은 중간 포식자가 폭증할 수 있는데, 쥐 역시 새 둥지와 알에는 위협이 됩니다.
그러니까 새를 지키겠다고 도시 고양이를 없앴다가, 오히려 새가 더 위험해지는 역설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생태계는 한 종만 쏙 빼내도 되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니까요.
– 범인은 고양이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도심에서 새가 줄어드는 이유, 고양이 하나 때문만은 아닙니다.
유리창 충돌, 서식지 파괴, 살충제, 빛공해 같은 사람의 활동이 사실상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지적이 있어요.
고양이는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 유일한 범인은 아니라는 거죠. 어느 한쪽만 콕 집어 몰아가기보다는, 정직한 통계와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결론은요: 길고양이 살처분 논란
여기까지 정리하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딱 하나예요.
누군가를 매장하려는 것도, 무조건 고양이 편을 들려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섬과 도시를 구분하고, “살처분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논의를 시작해야, 훨씬 덜 소모적이고 훨씬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봐요. 최소한 저는 이 자료들을 찾아보고 나서 확실히 입장이 정리됐습니다. 감정 말고 데이터로 싸우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는 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이 정도면 살처분보다 관리형 TNR 쪽에 마음이 좀 기우셨나요, 아니면 그래도 현실적으로는 강경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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